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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thout You
조울증 극복 ( In My Diary ) 양극성 장애 삶

땅끝 마을 해남에서 만난 나..!

by 암프리 2021. 5. 4.

 

양극성 장애인 나의 삶의 이야기

                                                2003.09.26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조금은 피곤하지만...

오늘 나의 이 복잡스러운 감정을 꼭 정리 해야만 할 것 같아..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예정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여행길..

 

실은 엄마랑 아저씨랑 함께 가셨어야 하는데

울 엄만.. 솔직히 휴가가 늦는다는 핑계로 이번 아저씨 고향 나들이 약속을 펑크를 내셨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나도 얄미운 용서할 수 없는 엄마의 차가운 행동돌..

처음으로 아저씨는 내 앞에서 엄마한테 언성을 높히셨다.. 그러실만도 했다..

 

결국 난 아저씨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모든 아저씨의 동생분들이 동행 하시고 동생분들의 자녀들도 함께 하는데

아저씨 혼자서 그 먼 여행길을 보낸다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아파오는 건지..

 

함께 그 먼

한 5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차 한개도 안 밀려주면 그리고 또 배를 타고

아름다운 섬인 앞해도.

그곳이 아저씨의 고향이고 요한이의 고향이다.

 

길을 가는 동안 우린 음악만 크게 틀어 놓고 달렸다.. 엄청난 속도로 달렸는데

오히려 난 잘 느끼지도 못 했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과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야경..

 

새벽 5시 즈음 도착해.. 친척 모두가 모여 새벽배로 가는 길..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곳은 꼭 동화에서 나오는 다른 나라 같았다.

아직도 발전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운..

그 어떤 곳도 그 곳 보다도 아름다울까....

 

내가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제일 좋았던

제주도 보다도 더 좋았다..

 

아저씨가 유년 시절을 보낸 집은 정말 아담하고 예뻤다.

20여년 전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으신 거라는데 전혀 어설프지 않고

예쁜 집.. 잘 정돈 된 나무들과 꽃..
그리고 조그마한 배나무..

아저씨가 맨날 어디 가셔서 나무 서리를 해오시나 했더니

다 할아버지를 닮으셔서 그러신다고 했던 말이 생각 났다..

 

할아버지께선 개를 잡고 계셨다.. ㅠㅜ 자식들 온다고 기르시던 개를.....

갑자기 선미 생각이 나는 건..ㅎㅎ

할머니께서는 교회 수련원 아이들 밥을 해 주시러 가셔서

늦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친척분들 남정네들과 ㅎㅎ 바다 낚시 가 주시고 ^^

 

어설프게 만난 할머니의.. 온화한 미소의 얼굴...

예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식물인간이 되실 뻔 했던..

기적적으로 할아버지의 기도와 병 간호로

지금은 너무도 정정하신..

아저씨 말씀으론 할아버지께서는 끔찍히도 할머니를 아끼신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저씨 2남 4녀 이 가족은.. 아니 가정은..

정말이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화목한 가정이였다..

우리 가족은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아저씨가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하시는 것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

이런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셨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나에게 별로 말씀은 없으셨지만..

은연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나를 챙기시는 모습에서.. 난 너무나 큰 사랑을 느꼈다..

 

가는 길에 손을 꼭 부여 잡으시고는..

 

" 아저씨가 못 났어도 니가 이해하고 잘 챙겨 주렴.."

 

눈물을 글썽이시던.. 두 분..

만원 한장을 꼭 쥐어 주시며
가는 길에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ㅠㅜ

 

내 손이 부끄러워지고 내 자신이 한심해질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얼굴은 웃고 계시지만

눈은 울고 계심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 할머니 할아버지 꼭 내년에는 엄마 모시고 다시 올께요.

  그 땐 더 많은 이야기 해요.. 꼭 건강하시구요. "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난 아직까지도 어려워하고 있었음을..

 

작년..

내가 많이 아팠을 때..

그 성치 않으신 몸을 하시고
새벽 100일 기도를 다니셨던 두 분..

자신들의 자식도 손녀도 아닌 나를 위해 ..
지극 정성을 다 하신 두 분..

아.. 한번도 나를 보시지도 않으신 분들이..
어떻게 .. 그런 사랑을 주실 수 있는 건지..

아마도..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것은..

그 분들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사랑.. 때문이였으리라..

 

돌아오는 길에 땅끝 마을 해남을 들리고 왔다.

 

그곳에서 명확하게 난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세상이..

쓰레기 같다고만 생각했던 세상이..

너무나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아니 아름답다는 것..

그래서 우린 이렇게 힘들면서도 울면서도.. 아프면서도..

그 어떤..
무언가에 이끌려 이렇게 삶에 연연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이유.. 난 아직도 너무도 모르고..

앞으로 살아 갈 길이 너무도 멀기에

내가 왜 사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다 이 세상에 쓰임이 있기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기에..

난 이제 무모한 질문을 하진 않을 것이다..

 

아직도 난 너무나도 미운 사람들이 많고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미운 마음들이 많지만..

난 사랑 할 것이다..

미워도.. 사랑 할 수 있는 그런 큰 용기는 없지만..

이제 다시 나를 해치는
그런 바보 같은 행동 따윈, 마음 따위는 던져 버릴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랑 나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쏟아 냈다..

몇년 전 아저씨를 처음 보았을 때의 얼굴과
지금의 아저씨는 많이도.. 늙어버리셨다..

괜시리.. 저 주름살들이 내가 만들지는 않았나... 하고...

아저씨는 너무나도 외로운 분이시다..

정말이지.. 부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고..
울 엄마랑 비슷하지만..

 

아저씨가 그랬다..

앞으로 주희 아니면
누가 엄마랑 아저씨 보약이라도 한지 져 주겠냐고...

 

그 말이.. 그 말이.. 날..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흔들어 놓았는지..

 

작년에 내 병원비만 천만원이 넘었고..
내가 쓴 돈만 몇 백이고

언니의 오천만원이나 되는 카드 빚에

또 아저씨 따님의 카드 빚 이천만원에

울 집 이사 오면서 대출 받은 돈을 갚으시려고

엄마랑 아저씨랑 1년 동안 모은 이천이라는 돈은
모두다 언니 카드빚 메꾸고

정말 아저씨랑 엄마랑 삶이 막막하셨을 텐데..

아니.. 막막하시고
어른들도 그런 일을 닥치시면 대책이 없다 하시다고..

그래도 부모님들은 자식들이랑 다르셔서
어떻게든 빚을 갚아 주시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시는..

 

내가..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엄만 시장 볼 때 생선값이 비싸다고 200원 깍으려고..

그것도 안 되시면 그냥 안 사고 오신다는데

 

난 하루 술 값으로 몇 만원은 우습고..

 

사람이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그 마음 가짐이 다르다지만..

난 요새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낀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고.. 부끄럽고..

이제라도.. 열심히.. 살아야지..

 

내 년 봄에는 꼭 엄마랑 아저씨 제주도 여행 보내 드리고..

돈 많이 모아서 엄마 아저씨 남은 빚도 다 갚아 드리고..

이제 나 때문만은 돈 걱정없이 살아가시게

이제 더 이상 속 썩히지 말아야지..

 

아저씨께서 주희는 건강하기만을 바라신다고 하셨다..

지금 건강한게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난 얼마나 불효를 했던가..

 

효도란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지만..

이젠 효도하며 살고 싶다..

엄마와 아저씨의 주름살이..

미운 주름살이 아니라.. 예쁜 주름살이 될 수 있도록..

' 아저씨란 호칭도 버려야 할텐데.. '

 

아직 우린 젊지만..

이제야 난 무엇이 소중한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지겹도록 싫었던..
어쩌면.. 원망이 되었던.. 것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소중한 것임을..

 

그 중에 너희들도 함께란다.. ㅎㅎ

 

지겹도록 싫었던 원망 뭐.. 지겨움.. 귀차니즘.. ㅎㅎ

 

 

오늘 이 시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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