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인 나의 삶의 이야기
2006. 09. 15
엄마 나.. 너무 웃긴 거 있지??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한 달 반이나 지났대..
근데 난 엊그제 같으면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거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엄마한테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면서도..
난 그냥 무의식적으로 밥을 먹고,
알 수 없는 욕구 불만으로 간식을 먹어 댔고..
달라진 건 내 몸무게일 뿐.
일주일 만에 5킬로나 찐 거 있지..
퇴원 후에도 고생 많았어.. 나보다 오빠가 더..
눈동자조차 제대로 뜨고 있지 않는..
목소리도 이상한 동생을 보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조증 알잖아.. 돈 무지 깨지는 거...
당사자는 모르고.
그래도 엄마로 인해 오빠 PC방도 하게 되고
점점 잘 돼가는 것 같아...
아.. 나 조증일 때..
오빠가 살 빼라고, 집에만 있지만 말고
내가 좋아하는 춤 배우라고
댄스학원도 보내 줬거든..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돈 무지 들었다..?
근데 나 그거 일주일만 하고
그만둬 버리고.. 바보 같지..?
근데 오늘
작은 엄마가 옷 찾으러 갔다 왔는데..
나 가르치시던 선생님이
나 춤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자기가 일대일로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나오기 힘들면
놀러 오기라도 하라고 그러셨대..
어찌나 고마운지 몰라..
그래서.. 그래서..
세상은.. 있지..
세상은 있지.. 살만한 가봐...
근데..나.. 오늘..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엄마 생각에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리네...
근데 있지..
나 이제 씩씩하게 TV도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친구들한테 전화도 하고 싶어..
나 이렇게 또 .. 병신처럼..
천장만 보고 누워만 있을 순 없잖아...
지겨워 나도 이제..
엄마를 원망하진 않아..
하지만 있지..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꼭, 이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나 아빠한테 그 말 못 한 거...
지금까지도 후회하며 살고 있는데...
훗.. 나 빈속에 맥주 한 캔 마셨는데 취했나 봐..
참.. 웃으면서 이렇게 엄마한테 이야기도 하고..
나 이래도... 되는.. 거야?
나.. 밥 먹어도 되는 거야?
나 살려고 약 먹어도 되는 거야?
나.. 아프지 않으려고 잠자도 되는 거야..?
엄마는 없는데..
엄만 그렇게 아프게 갔는데..
나 살아도 되는 거야.. ?
엄마야..
나 싸이월드 하는 거
되게 싫어해 오빠가..
근데 어떻게 알고 전화 오네...
우리 주희 밥 먹었냐고.
그 무뚝뚝한 오빠가..
그래서.. 나 또 우네..
아까 작은 엄마랑 통화하는 거 다 들었는데..
오빠 새 차 나오면 우리 여행 가기로 했어..
원래는 내일 가는 건데..
차 되게 좋다..
그래서 우리 폼 나게 여행 다녀 오자 했어..
나 이제 조급증 안 부리고
오빠 속상하게 안 할거야..
오빠 일 만으로도 힘들고 지친데
나까지 오빠 속 썩이면..
엄마 아빠한테 나중에 혼날 것 같아서..
착한 동생 될래..
근데.. 이 고집을 누가 꺽지??
엄마 이제.. 나 서서히...
엄마 보내 줄 거야..
엄마 마음 편히 가야 하잖아..
나 때문에..
주희 때문에..
옆에서 같이 울고 있는 거 아니지..?
그래서 나 이제 엄마 마음 편하라고..
웃으며 살 거야..
마음먹기 달렸다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그런 말들 지겹지만.. 인정하고 살게..
엄마 갔다고 나까지 따라갈 순 없잖아..
지금껏 살아온 거
새하얗게 다 지워 버릴 순 없지만..
내가 다 안고 살아가야 하는
어쩌면 짐이 될 수도 있지만..
나.. 있지.. 웃으며 살게...
이제 울지 않아...
앞으로 내가 ..
내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건.. 너무너무..
살아있는 고통마저도
행복해서라고.. 변명할래..
엄마야..아빠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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